어렸을 때 물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20년 넘게 수영장만 가도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물 냄새만 맡아도 그날의 공포가 생생하게 떠올랐거든요.
"이렇게 평생 살아야 하나?" 고민하던 어느 날, 흥미로운 심리학 연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두려움은 고정된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떤 기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날부터 제 인생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두려움과 기억의 관계, 그리고 제가 어떻게 20년 묵은 공포를 극복했는지 솔직하게 나눠보려 합니다.
과거 기억이 현재를 지배할 때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는 날이었습니다.
발표 전날 밤부터 잠을 설쳤습니다.
머릿속에서는 학창 시절 발표하다가 망했던 기억이 계속 재생되더라고요.
"또 그때처럼 말을 더듬으면 어쩌지?" "사람들이 비웃으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인데 벌써 손에 땀이 나고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이런 경험, 여러분도 있으신가요?
심리학에서는 이를 외상 후 반응이라고 부릅니다.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이 현재의 상황에 자동으로 투영되는 현상입니다.
우리 뇌는 생존을 위해 위험한 상황을 기억하고 반복을 막으려 합니다.
문제는 이 방어 시스템이 때로는 과도하게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는 위험하지 않은 상황까지도 경고 신호를 보내는 거죠.
저는 이런 패턴이 수영뿐만 아니라 인생의 여러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늘 과거의 실패를 떠올리며 주저했습니다.
"이번에도 안 될 거야"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
이런 생각들이 자동으로 떠올랐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건 확증편향이라는 심리 현상이더라고요.
부정적인 기억만 계속 떠올리다 보면, 정말로 그런 결과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악순환의 고리에 갇힌 거죠.
불확실성을 두려워하는 이유
왜 우리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두려워할까요?
제 경우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게 가장 무서웠습니다.
"잘될까? 실패하면 어쩌지?"
이런 생각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불확실성에 대한 불내성이라고 설명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는 성향을 말하는데요.
저는 이 성향이 유독 강한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데, 저는 늘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렸습니다.
"만약 실패하면?" "사람들이 비웃으면?" "다시 그때처럼 되면?"
이런 질문들이 행동을 멈추게 만들었습니다.
회피는 일시적인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할 일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성공할 기회도 사라졌습니다.
더 큰 문제는 회피할 때마다 두려움이 더 커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역시 나는 못하는구나"라는 믿음이 강화되는 거죠.
심리학에서는 이를 안전 행동이라고 부릅니다.
불안을 피하기 위한 행동이 오히려 불안을 키운다는 역설입니다.
저는 이 악순환을 깨뜨려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기억을 다시 쓰는 용기
변화의 계기는 작은 실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심리 상담사가 제안한 방법이 있었습니다.
"두려운 상황에 다시 도전한 후, 긍정적인 부분만 의도적으로 떠올려보세요."
처음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요?
하지만 절박했던 저는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수영장에 가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물에 들어가지 않고 그냥 구경만 하는 거였습니다.
심장은 여전히 두근거렸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날 저녁 일기에 이렇게 썼습니다.
"오늘 수영장에 갔다. 무서웠지만, 30분 동안 있을 수 있었다."
다음 주에는 물가에 발을 담갔습니다.
공포는 여전했지만, 이번에도 아무 일 없이 돌아왔습니다.
이런 작은 성공 경험들을 매일 일기에 기록했습니다.
놀라운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수영장을 생각할 때 물에 빠졌던 기억보다, 최근의 긍정적인 경험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나 수영장에서 30분 있었잖아" "발 담그는 것도 할 수 있었어"
기억이 바뀌니 감정도 달라졌습니다.
3개월 후, 저는 수영 강습을 신청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압도당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제는 긍정적인 기억들이 저를 지지해주고 있었거든요.
첫 수업 후 또다시 일기를 썼습니다.
"오늘 물속에서 5분을 버텼다. 예전의 나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이 과정을 통해 깨달은 게 있습니다.
두려움은 고정된 감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기억을 선택하고 강화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습니다.
뇌과학 연구에서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새로운 경험은 실제로 뇌의 신경 회로를 재구성한다고 합니다.
지금은 수영을 즐기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공포는 아닙니다.
이 방법을 프레젠테이션 공포에도 적용했습니다.
작은 발표부터 시작해서 성공 경험을 쌓아나갔습니다.
매번 잘된 부분만 골라서 기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지금도 발표 전에는 긴장하지만, 예전처럼 회피하지 않습니다.
두려움과 마주하는 게 완전히 편해진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는 두려움이 성장의 신호라는 걸 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