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많아서 잠을 못 자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20대 후반에 처음으로 불안장애를 겪었습니다. 당시에는 그게 불안장애인 줄도 몰랐어요. 그냥 제가 예민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죠.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에 땀이 나는 게 자꾸 반복되면서, 나중에는 그 증상 자체가 무서워지더라고요. 두려움이 두려움을 만드는 악순환이었습니다.
불안장애가 뭔지 알아보니
제가 불안장애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건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부터입니다. 상담사 선생님이 설명해주신 내용이 정말 도움이 됐어요.
불안장애는 단순히 걱정이 많은 게 아닙니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과도한 불안이 지속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중요한 회의만 있으면 며칠 전부터 잠을 설치고, 발표 당일에는 속이 메스꺼워서 밥도 제대로 못 먹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비슷한 경험을 한 분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한 친구는 지하철만 타면 가슴이 답답해져서 몇 년간 대중교통을 못 탔다고 하더군요. 또 다른 지인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게 너무 무서워서 회식 자리를 항상 피했다고 합니다.
제 증상을 돌아보면 몇 가지 패턴이 있었습니다. 첫째로 신체 반응이 먼저 나타났어요. 심장이 빨리 뛰고, 손에 땀이 나고, 호흡이 가빠지는 증상이었습니다. 둘째로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내가 실수하면 어쩌지',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면 어쩌지' 같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어요.
셋째로 회피 행동이 늘어났습니다. 불안한 상황을 피하려고 약속을 취소하거나 중요한 기회를 포기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문제인 줄 몰랐어요. 그냥 내가 조심스러운 성격이라고만 생각했죠.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회피가 불안을 더 키우는 원인이었습니다.
불안이 심해지는 이유
상담을 받으면서 제 불안이 왜 점점 심해졌는지 이해하게 됐습니다. 불안장애는 악순환 구조로 작동한다고 해요.
제일 먼저 신체 감각을 위험 신호로 오해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심장이 빨리 뛰면 '내가 쓰러지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냥 불안할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었습니다. 이걸 위험하다고 해석하니까 더 불안해지고, 그러면 심장이 더 빨리 뛰는 악순환이 반복됐죠.
두 번째로 회피 행동이 문제를 키웠습니다. 제가 불안한 상황을 피할 때마다 뇌는 '아, 저 상황은 정말 위험하구나'라고 학습했습니다. 예를 들어 발표를 피하면 그 순간은 편안하지만, 다음 발표 기회가 왔을 때는 더 큰 공포로 다가왔어요.
세 번째는 과도한 안전 행동입니다. 저는 불안할 때 핸드폰을 계속 만지작거리거나, 물을 자주 마시는 습관이 있었어요. 이런 행동들이 당장은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는 의존성을 만들었습니다.
네 번째로 완벽주의 성향도 한몫했습니다. 저는 실수하는 걸 너무 두려워했어요. 작은 실수도 큰 재앙처럼 느껴졌죠. 이런 생각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습니다.
다섯 번째는 스트레스 관리 부족이었습니다. 일도 많고 잠도 부족한 상태에서는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했어요. 몸과 마음이 지쳐 있으니까 불안을 조절하는 능력도 떨어진 거죠.
불안 극복하는 실천 방법
1년 넘게 상담을 받고 스스로 노력하면서 불안을 많이 줄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실제로 해봤던 방법들을 소개해드릴게요.
가장 먼저 했던 건 불안을 인정하는 거였습니다. '지금 내가 불안하구나'라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어요.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인정하고 나니 불안이 조금씩 줄어들더라고요. 불안을 없애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그냥 '불안도 내 감정의 일부야'라고 생각하는 거죠.
두 번째로 호흡 조절을 배웠습니다. 4초 들이마시고, 7초 참고, 8초 내쉬는 478 호흡법을 매일 연습했어요. 불안할 때 이 호흡을 하면 신체가 진정되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잘 안 됐는데 한 달 정도 꾸준히 하니까 익숙해지더라고요.
세 번째는 점진적 노출이었습니다. 불안한 상황을 무작정 피하지 말고 조금씩 직면해보는 거예요. 저는 작은 모임부터 시작해서 점점 큰 모임에 참여하는 식으로 단계를 밟았습니다. 매번 두려웠지만 실제로 해보니 생각만큼 나쁘지 않더라고요.
네 번째로 부정적 생각 바꾸기를 연습했습니다. '내가 실수하면 모두가 날 비웃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면,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고, 사람들은 내 실수에 그렇게 관심 없어'라고 바꿨 생각했어요. 처음엔 억지스러웠는데 자꾸 하다 보니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다섯 번째는 규칙적인 생활 습관입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고, 하루에 30분씩 걷기 운동을 했어요. 카페인도 줄이고 술도 끊었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됐어요.
여섯 번째로 자기 연민을 배웠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약할까'라고 자책하는 대신, '지금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나는 잘하고 있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나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게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불안장애를 극복하는 건 긴 여정입니다. 저도 아직 가끔 불안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예전처럼 불안에 휘둘리지는 않습니다. 여러분도 작은 것부터 실천하다 보면 분명 나아질 수 있을 거예요. 혼자 힘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