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다른 어떤 상처보다 깊습니다. 가장 안전해야 할 곳에서 겪은 폭력상실은 평생 마음속에 남아 우리를 괴롭힙니다.

저도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최근 심리학 연구를 접하면서 가족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가족 폭력 속에서도 치유가 가능한지,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가족 폭력이 남긴 깊은 상처

가족 내 폭력은 다른 폭력과 질적으로 다릅니다. 가장 믿고 의지해야 할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이기 때문입니다.

형제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나 가족 구성원의 폭력은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입니다. 우리 뇌는 이런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으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기억을 차단하거나 왜곡합니다.

실제로 많은 트라우마 생존자들이 사건 당시의 기억을 온전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뇌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기제입니다.

한 간호사의 사례를 보면 이런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습니다. 그녀는 형제의 죽음과 또 다른 형제의 폭력을 경험했습니다.

가정 내 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은 늘 경계 상태에 있습니다.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고, 문을 여러 번 확인하며,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합니다.

이런 과민 반응은 단순히 조심성이 많은 게 아닙니다. 몸과 마음이 과거의 위협 상황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상담 관련 자료를 읽으면서 이런 증상이 PTSD의 전형적인 특징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트라우마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의 삶을 지배합니다.

안전했어야 할 공간이 위험한 장소가 되면 세상 전체가 불안하게 느껴집니다. 집이 편안한 휴식처가 아니라 두려움의 장소가 되는 것입니다.

반복되는 고통의 패턴

트라우마는 세대를 거쳐 전달되기도 합니다. 폭력을 경험한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그 패턴을 학습합니다.

어린 시절 불안정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세상이 안전하지 않다고 배웁니다. 예측할 수 없는 부모의 감정 기복 속에서 눈치를 보며 살아갑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종종 돌봄의 역할을 일찍 맡게 됩니다. 장애가 있는 형제를 돌보거나 가족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떠맡습니다.

앞서 언급한 간호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가 간호사가 된 이유는 단순히 직업적 소명감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 집에서 영구적으로 자유로워지기 위한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직업 선택마저도 생존 전략의 일부였던 것입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이런 패턴은 계속됩니다. 가족의 위기마다 나서서 해결하고, 책임을 떠맡으며, 자신의 필요는 뒤로 미룹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의료진으로 일하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그녀는 "환자들을 내버려 두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는 공감 피로와 소진이 극에 달했을 때 나타나는 위험한 신호입니다. 과거의 트라우마가 현재의 스트레스와 만나면 더 큰 위기가 됩니다.

어머니의 변덕스러운 행동을 보며 자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런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트라우마는 이렇게 반복됩니다.

치유는 정말 가능한가

가족 트라우마 속에서도 치유는 가능합니다. 다만 그 과정은 쉽지 않으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치유는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상처를 가지고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간호사는 폭력적이었던 형제가 세상을 떠난 후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오랫동안 자신을 짓눌렀던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더 중요한 변화는 그녀가 가족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폭력적이었던 형제와 불안정했던 어머니도 각자의 고통에서 벗어나려 애썼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이해는 분노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입니다. 상대방을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분노의 짐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그녀는 이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합니다. 창조적인 활동은 트라우마를 다루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예술 활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안전하게 표출하도록 돕습니다. 붓질 하나하나에 복잡한 감정을 담아냅니다.

때로는 그저 앉아서 우는 것도 치유의 일부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회복의 시작입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들을 접하며 치유가 일직선이 아님을 배웠습니다. 좋아졌다가 다시 힘들어지기를 반복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조금씩 성장합니다. 과거의 상처를 통해 더 강해지고 자신을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여전히 어깨 너머를 살피고 형제를 그리워하더라도 이제는 그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합니다. 심리 상담이나 트라우마 전문 치료는 회복에 큰 도움이 됩니다.

가족 트라우마는 쉽게 치유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나아간다면 분명 나아질 수 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출처: https://psyche.co/turning-points/one-brother-dead-the-other-murderous-how-did-i-survive